2022년 4월 28일. 내 생애의 첫 직장을 때려쳤다. 그리고 이날을 나의 독립기념일로 삼았다. 남의 기준에서 벗어나 독립한 날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96년부터 22년까지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기준으로, 학생 때는 학교와 친구들의 기준으로, 성인이 돼서는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다. 하지만 정작 내 기준은 없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정작 내가 누군지를 몰랐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무엇이며, 심지어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기준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자 퇴사를 감행했다.

퇴사를 하면서 뭘 할지 정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지난 4년은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았다.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갖고 싶은 것들에 원 없이 돈을 써봤다. 원 없이 놀면서도 나는 배움은 놓치지 않았다. 큰돈을 들여 배운 분야로는 영상 제작과 커피가 있고, 카페를 운영하며 장사, 자영업, 돈, 인간관계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눈에 보이는 성취물을 남긴 건 아니지만, 어떤 분야든 본질을 파악하는 법과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접해본 덕분에 인생은 절대로 한 가지로 정할 수 없음도 깨달았다.

“개미와 베짱이”는 여름 동안 식량을 모아 겨울을 준비한 개미와 노래하며 시간을 보낸 베짱이를 대비해, 풍요로운 시기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 우화를 통해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삶은 옳은 것이며, 현재를 즐기는 베짱이의 삶은 그르다고 배웠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울타리 바깥의 세상에는 개미와 베짱이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비, 벌, 거미 그리고 사마귀처럼 각자의 환경과 성향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했다.

내가 베짱이라는 필명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추운 겨울도 잘 나며 매 순간을 즐길 줄 아는 베짱이가 되기 위함이다. 남의 기준이 아닌 오로지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기 위해 베짱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란

이전에는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삶을 자유라고 생각해왔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자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곤 한다. 돈이 많고, 시간이 많더라도 자신의 선택권이 없다면 과연 그것은 자유로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괴로운 삶이다. 특히나 외부 환경에 의해 선택할 수 없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또 있을까 싶다.

인생은 온전히 내 것이기에 뒤도 돌아보지 말고 선택하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이며, 오늘 선택이 정확히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맞출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이성적으로 옳은 생각이라 해도 감정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좋은 선택을 할 수가 없다. 또한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매일 불안함에 사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자유는 감정이 평온한 상태가 먼저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중요한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순응하는 자세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순응은 포기라기보다, 현재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에 가깝다. 현재 내 상황에 순응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처럼 말이다. 현실을 계속 외면하고 불만만 가진 채 살아가며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를 불구덩이로 몰아넣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자유는 완성품이 아니다. 인생 자체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정지 상태로 영원히 머무는 것은 죽음밖에 없다. 오늘은 A라는 삶이 나에게 자유로움을 줄 수도 있지만 5년, 10년 뒤에는 오히려 자유를 앗아갈 수도 있다. 평온함이 무너짐을 신호로 받아들이고 순응과 변화를 통해 나에게 맞는 자유를 다시 찾아가야 한다.

물은 환경에 맞춰 형태를 바꾸지만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강물은 바다로 흐르고, 바다는 다시 비가 되어 강으로 돌아온다. 순응하면서도 계속 움직이는 물의 삶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자유에 가깝다.